오늘 본문은 달란트 비유입니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여러 가지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등불에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열 처녀의 비유, 달란트 비유, 마지막 심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 주인은 여행을 떠나면서 자기 종들을 불러 자신의 재산을 맡깁니다. 그는 각 사람의 능력에 따라 각각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종에게 맡깁니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 달란트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분이 있을 것 같아 간단히 설명 드리면, 한 달란트는 6000일의 삯(드라크마)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데, 하루 일당을 5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3억원 정도로 계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주인이 돌아왔을 때, 다섯 달란트를 가졌던 종은 다섯 달란트를 남기고, 두 달란트를 가진 종은 두 달란트를 남겼습니다. 그 종은 주인에게 '착하고 신실하다'라는 칭찬을 받고 주인의 더 큰 일에 참여합니다. 한편 한 달란트를 가진 종은 돈을 땅에 숨겨서 보관합니다. 주인은 그를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말하며, 그의 가진 달란트마저 뺏어 다섯 달란트를 남긴 종에게 맡기게 됩니다. 이 비유는 어떤 경우 '달란트(재능)를 살려서 열심히 일하자! 파이팅!'이렇게 요약되거나 '다섯 달란트를 남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박한 세상'과 같이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이 비유의 대상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 비유의 대상이 주인을 알고, 주인의 일에 참여한 사람들인 것은 명백합니다. 존 스토트 목사님은 "크리스천이 되는 것과 크리스천으로 사는 것은 다르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이 비유는 하나님의 나라가 오기 전에 크리스천으로 사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유에서 크리스천으로 사는 법에 대해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마태복음 25장 23절에서 '착하고 신실한 종'이라고 표현된 주인의 칭찬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종에 대해서 본문은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신실함의 반대되는 단어는 신실하지 않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본문에서는 신실함과 게으름을 대조하고 있습니다. 신실함이라는 단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국어사전에 의하면 신실함은 '믿음직하고 착실하다'라고 표현됩니다. 영어 성경을 보면 신실함은 'faithful'이라고 표현되는데 이는 견고한 신뢰를 나타나내는 단어입니다. 한글 성경의 다른 본문을 보면 이 부분은 충성됨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표현인 게으른 이라는 단어는 국어 사전에 의하면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라고 표현됩니다. 이 비유가 말하는 것은 명백합니다. 이 비유는 단순한 앎이나 지식이 아니라 우리의 순종과 우리의 행동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충성됨, 신실함은 무엇일까요? 때로 그것은 '수고'라는 이름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니까, 내 달란트를 따라서 열심히 살면 하나님께서 인정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주님, 주님,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습니까?' 할 것이다.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분명히 말할 것이다.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물러가라.' (마 7:22-23)" 이 사람들은 많은 일을 열심히 하였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수고가 하나님과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수고'와 '일'이 우리의 삶을 향한 하나님의 목적이 아닙니다. 그것이 목적이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성품을 오해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종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인님, 나는, 주인이 굳은 분이시라,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줄로 알고, 무서워하여 물러가서, 그 달란트를 땅에 숨겨 두었습니다' 종에게 주인의 성품은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는 분이었습니다. 선하신 분이 아니라 무서운 분이었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실함은 '수고'로 우리가 무엇을 열심히 해서 이루는 '삯'이 아닙니다. 바울은 '신실함(faithful)'에 대해서 성령의 열매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갈 5:22). 이러한 성령의 열매는 우리가 성령으로 삶을 얻어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에게 '은혜' 로써 주어집니다 (갈 5:25).

 

어떠한 사람들은 이 비유에서 주인의 마지막 결정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유에서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를 받은 종의 상급이 한 달란트를 받은 종에게 과연 부러울 만한 일이었을까요?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의 회사에서 사장님이 출장 가있는 동안 여러분이 몇 가지 일을 신실하게 수행했습니다. 그때 사장님이 출장에서 돌아와서 말합니다. '착하고 충성된 사원아!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두 배의 프로젝트를 하도록 하여라." 부럽습니까?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를 받았던 종의 상급은 결과적으로 많은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란트를 받았던 종은 원래 그런 상급은 받고 싶지 않았고, 원래 땅에 묻어두었던 돈이니 없는 셈 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을 뿐입니다. 이 상급은 제게 약간 충격적이었는데,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고 천국에서 완전 편하게 놀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에게, 주님이 오셔서 '네가 수고하였으니 두 배의 일을 하려무나.'라고 말하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세상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주인의 일에 참여함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나중에라도 '주인과 함께 누리는 기쁨'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크리스천이라면 반드시 삼십 배 육십 배 백배의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달란트를 받아서 충성되게 일할 때 높은 위치와 성공이 반드시 주어지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세상에서 실패'한 크리스천은 '악하고 게으른' 종처럼 이야기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신실하게 묘사되는 믿음의 선진들은 어찌 보면 세상의 시각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유랑하며 살기도 했고, 매를 맞고 죽은 사람도 있고,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께서는 치욕스러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열매는 유한한 삶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열매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몫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실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테레사 수녀님이 켈커타의 한 의원으로부터 "당신은 어떻게 이런 무거운 짐스런 일들을 꺾김 없이 해낼 수 있습니까? (How can you bear the load without being crushed by it?)"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수녀님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주님께, 성공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나는 주님께 신실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I'm not called to be successful, but Faithful)" 본문에서 주인은 '착하고 성공한(Good and Successful)'종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주인은 종을 '착하고 신실한 종(Good and Faithful)'이라고 칭찬합니다.

 

삶은 우리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늘 계획하는 일들은 우리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열심히 일하더라도, 그 열매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것은 '성공'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신실함'을 필요로 합니다. 하나님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신실한 사람을 들어 써서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보이십니다. 신실함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삶을 살아가는 매일매일의 삶에서 은사로 주어집니다. 모든 사람이 '금 그릇'이나 '은 그릇'일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삶이 충성되고 신실한 '깨끗한 그릇'일 수는 있습니다. 여러분과 저의 삶이 이러한 삶으로, 하나님의 기쁨에 동참하기를 축복합니다.

Posted by kkc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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