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셔우드홀과 딸 에디스의 선교지에서의 순교 이후,

로제타 홀이 에디스가 죽은지 2년째 되는 날인 1900년 5월 23일,

사랑하던 딸 에디스에게 쓴 일기.

 

회복과 부흥의 열매는,

애통하는 자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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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엄마와 셔우드는 중국 상하이에 있다. 우리의 사랑하는 에디스가 떠난 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노블씨의 루스, 존스씨의 아이 그레센, 아펜젤러 씨의 아리 메리를 볼 때마다 "에디스가 살아 있다면..." 하고 그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엄마가 이렇게 감상적인 것은 아마도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에디스를 잃은 슬픔이 날이 갈수록 더 견디기 힘들어지는구나...

 

이 일기를 쓴 지 얼마 안되어 엄마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피치부인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하나님의 계획에 완전히 일치되어 있는 것 같다. 엄마도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동안 엄마도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려고 수없이 노력했다. 어떤 때는 아빠의 도움까지 청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체념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성품은 다들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경험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엄마는 더 훌륭한 영적인 경험을 갈망하고 있다. 나는 나의 이삭을 제단에 바쳤으며 하나님께 최대의 봉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나를 맡겼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내게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빼앗아가신 것 같다.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이 시련의 뜻을 알고자 노력했다. 한 번도 이에 반항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음에는 식별할 수 있었던 하나님의 교훈이 점점 희미해져 지금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요즘은 때때로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하고 전보다 더 내 인생의 아픔이 깊게 느껴진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피치 부인은 엄마가 느끼는 이러한 아픔은 당연한 감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예수님의 뜻으로 돌리고 예수님만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엄마가 그렇게 노력한 것은 다른 어떤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었지, 내게 주어진 이 아픔이 하나님의 웅대한 계획 중의 하나라고 인식하여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도 이런 시련을 주시지 않았다면 하나님을 더욱 더 잘 믿고 의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없지 않다.

 

이러한 내 심정은 기독교인인 선교사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가장 두려운 시련이다. 엄마는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삐뚤어졌는지를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신을 스스로 진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문제의 하나는 이러한 손실이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 가운데 하나라고 믿지 않으려 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엄마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야 하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난 훗날에는 상처를 감싸안기만 하고 치유를 거절한 셈인 자신의 어리석고 짧은 안목을 인정하게 되겠지.

 

그러나 지금까지 엄마는 이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내 심정은 차마 글로 쓰기조차 두렵다. 엄마의 심정이 이처럼 잘못된 것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치유시켜주신다면 엄마는 이것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다스려야 할 터인데 어떻게 내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구나. 내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참으로 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엄마는 생각할수록 나의 어리석음을 인식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갔다. 당분간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한다. 아빠는 엄마를 지극히 사랑했으므로 엄마의 영혼이 훌륭하기를 원하실 것이다. 이 불쌍한 바보. 엄마는 이제야 자신이 무분별한 상태에 빠져 있었던 사실을 깨닫는다. 하나님께서는 계속 엄마를 자비스럽게 대해주실 것이다. 성령은 부족한 엄마의 믿음에 신앙심이 충만하도록 인도해 주시리라.

 

- 닥터 홀의 조선회상 pp.198 - 201

Posted by kkc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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