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서양 동화 중에 <벨벳 토끼>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어떤 아이가 갖고 있는 장난감 말과 토끼가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진짜'토끼가 되고 싶어. 진짜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잠자는 아이의 머리맡에서 새로 들어온 장난감 토끼가 아이의 오랜 친구인 말 인형에게 물었다.
"진짜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건 그냥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야."
말 인형이 대답했다.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이 아파야 해?"
다시 토끼가 물었다.
"때로는 그래. 하지만 진짜는 아픈 걸 두려워하지 안아."
"진짜가 되는 일은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야? 아니면 태엽 감듯이 조금식 조금씩 생기는 일이야?"
"그건 아주 오래 걸리는 일이야."
"그럼 진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아이가 진정 너를 사랑하고 너와 함께 놀고, 너를 오래 간직하면, 즉 진정한 사랑을 받으면 너는 진짜가 되지."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깨어지기 쉽고, 날카로운 모서리를 갖고 있고, 또는 너무 비싸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장난감은 진짜가 될 수 없어. 진짜가 될 즈음에는 대부분 털은 다 빠져 버리고 눈도 없어지고 팔다리가 떨어져 아주 남루해 보이지. 하지만 그건 문제 되지 않아. 왜냐하면 진짜는 항상 아름다운 거니까."

아이의 장난감이 아이의 사랑을 받음으로서 닳고 닳아야 비로소 생김새는 초라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닌 '진짜'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일이다. 잘 깨어지고 날카로운 모서리를 갖고 있으며, 또 너무 비싸서 장식장 속에 모셔 두어야 하는 장난감은 위험하고 거리감을 느끼기 때문에 아이가 사랑하지 않게 되고, '진짜'가 될 기회를 잃게 된다.

-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pp.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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