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다고?
그럼 이거부터 생각해 봐.
소풍갈 때 사랑하는 사람이
5단짜리 찬합에 김밥이랑 초밥이랑 샌드위치랑
과일이랑 수박 화채까지 싸주면
고마울 거 같지?
사람들 보기에도 폼나고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그런데 도시락 다 먹고 나서가 문제라는 거지,
일회용 도시락 싸온 놈들은 다 먹고
깨끗이 버리면 홀가분한데
5단짜리 찬합에 도시락 싸온 놈은
돌아다닐 때도 빈 도시락 들고 다니고
장기자랑할 때도 도시락 옆에 끼고 있어야 하고
보물찾기할 때도 또 소풍 뒤풀이할 때도 들고 다녀야 하고
혹시나 잃어버릴까, 혹시나 그릇깨질까
도시락 먹을 때 고마움은 다 어딜가고
들고 다니느라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기만 하지.
간혹 괜히 싸왔다 싶고.
또집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이 그 도시락
설거지할 걸 생각해도 짜증나고 ......
너 매일 5단짜리 찬합에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한 번이라도 후회 안 할 자신 있으면
그때 결혼해라.
친구에게 들은 이 이야기를 그녀에게 해줬더니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럼 5단짜리 일회용 도시락에 싸줘야지!!! "
- 이재국 , 못그린 그림